현실에 만족하는 사람은 드물다. 소소히 묻어나는 행복에 둔감해서다. 고통으로 뒤범벅됐던 사건이나 순수한 치기로 넘쳤던 과거의 순간을 잠시 떠올리며 웃을 줄 알면 사정은 달라졌겠지만 언제나 인간은 앞만 보면서 유난히 커다란 행복에 집착한다.
아마도 강력한 자극과 속세의 욕망에 익숙해져서일 것이다. 사람은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새롭고 기발한 행복에만 매몰되기 좋아하며, 충분한 물질적 보상이 수반되는 일에만 관심이 많다.
현실을 전시 공간으로 치환해보자. 관람객들은 미술 작품을 보면서 쉬 만족해할까? 전시장이라는 공간에 단순히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이 전시돼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까?
작품이 주는 감동보다 작가의 사회적 평판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예술과 현실 사이에 내재된 미묘한 거리감이 생겨 제대로 된 감상을 해친다. 작가의 노동이나 열정, 작품에 대한 때 묻지 않은 감수성을 느낄 틈도 없이 흥~하고 콧방귀부터 뀌게 된다.
여러분들은 다른 눈을 키웠으면 좋겠다. 물론 이번에 소개하는 '멋진오빠' 프로젝트가 대번에 커다란 만족감을 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어떤 해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해답의 실마리를 찾는 기회는 충분히 얻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해답은 '색다른 사유'다.
'멋진오빠' 프로젝트는 다른 전시와 출발부터 다르다. 이 프로젝트는 전시, 그 자체에 대한 색다른 사유에서 시작됐다. 전문 큐레이터가 아니라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멋진오빠)이 주체가 돼 유익한 전시를 열어보자, 작품의 물질적인 가치를 따지기보다는 좋은 작품을 유의미하게 활용하는데 초점을 둬보자는 일종의 ‘실험’이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매우 단순명료했다. “좋은 작가와 작품을 관람객에게 소개하자.”
‘멋진오빠’는 이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획부터 섭외, 운송, 홍보, 소품 하나하나까지 미술관의 도움 없이 진행한다.
멋진오빠들이 판을 깔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미술관의 역할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니 길게 설명하진 않겠다. 예술가들이 삶과 작품활동을 이어가는데 미술관의 지혜와 능동적 역할은 무엇보다 앞선다.
아울러 이 프로젝트는 '정체성'을 지키는데 주력한다. 기본적으로 전시의 기능성에 충실하지만 작가들끼리 서로 교감의 폭을 넓히는데 힘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지향해야할 이상과 완전히 부합된다.
네 번째 열리는 '멋진오빠' 프로젝트의 제목을 ‘무해한 경계’로 정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
공간을 마련하고, 작가를 섭외하고, 관람객을 받는다고 경계가 무작정 무해해지진 않는다. 경계를 무해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인격적, 정신적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멋진오빠’ 프로젝트는 작가들끼리 서로 힘을 모아 앞날을 함께 개척해보자는 의지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전시의 내용적인 측면도 충족되고, 전시 공간을 찾는 관람객들도 만족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번 프로젝트가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가 된 사회에서 발생하는 두려움의 경계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는데 일조하기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멋진오빠 프로젝트4’에는 18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프로젝트에 새로 참여한 임남진, 이가영, 여주경, 임은경, 최경선 작가와 지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문성윤, 조원득, 정선아, 정명화, 최윤아, 박지영, 김선영, 장유연, 김설아, 김연아, 김현하, 김성희, 이승하 작가다.
'멋진오빠 프로젝트 > 4. 무해한 경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4회 멋진오빠 프로젝트 '무해한 경계'전 참여작가 (0) | 2024.04.01 |
---|---|
멋진오빠 프로젝트4 '무해한 경계'전 이모저모 (0) | 2024.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