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소소한 감정들을 섬세하고 유려한 자연 풍경으로 형상화한 정선아 작가의 ‘환한 가벼움’전이 5월 17일부터 6월 13일까지 갤러리 0℃(영도씨)에서 열린다.
정선아 작가는 그림 그리는 행위에 커다란 행복을 부여한다. 따사로운 햇살이 뇌리쬐는 연둣빛 잎사귀와 시원스러운 바람에 움지적거리는 푸릇푸릇한 풀숲에서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바라는 염원이 느껴진다.
그림의 소재는 초현실적이지 않다. 초현실적인 부분도 있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바깥세상의 풍경을 그림의 소재로 끌어들인다.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과 관점에서 본 풍경을 어느 누구나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화젯거리로 던진다.
아마도 정 작가는 그림 그리는 행위의 결과물이 자기애에 함몰되거나 자기만족에만 그치길 바라지 않는 듯하다. 마음의 담장을 허물고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기를 원한다. 풍경은 인간의 보편적 정서가 거부감 없이 교류될 수 있는 미적 주제이지 않은가.
정선아 작가의 작품을 보니 모처럼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고, 머릿속은 사고의 가벼움으로 생기가 돈다. 무척이나 산뜻하고 발랄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이다.
작가 노트
평범한 식물들의 어떤 순간의 모습, 자연이 주는 색과 형의 다채로움은 풍경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하고 대상을 그려보고 싶게 한다.
이번 전시 작업은 봄‧여름의 여린 연둣빛과 무성하고 빼곡한 풀 더미, 갓 베어진 나무 등 흔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자연물 또는 그와 관련된 풍경에 관한 것이다. 자연 풍경에서 보게 되는 순간의 시각적 특징들-나무에 반사된 희게 눈부신 쨍한 빛, 풀 더미 속 식물들이 보이는 각기 다른 잎의 모양, 질감, 미묘한 색들의 집합적 상태를 세세하게 그려보고자 했다. 재현 과정에서 사진 그대로의 객관적 상태와 매끈한 표면처리 같은 극사실성보다 묘사 과정에서 촘촘하게 쌓이는 붓질과 물감의 흔적, 이미지 재구성으로 대상을 회화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2017년까지 작업은 내면의 감정에 관한 것이었다. 작업이 개인적인 영역 안에 머무르게 되는 듯함을 벗어나 보고자 주변의 자연물이 있는 풍경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바깥 환경의 것들을 그리게 되면서 이전보다 작업에서 개인적이고 내밀한 영역과의 밀접성이 옅어지고 작업 과정에서의 고민도 명료해지는 것 같다. 작업과 관련해서 느끼게 되는 이런 가뿐함이 좋다. 전시 제목인 <환한 가벼움>은 작업에 대해 느끼게 되는 변화와 외부의 것이 내 내부 맥락과 연결되어 작업 대상으로 다가오는 순간에 대한 마음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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